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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옆에 있어 줘…."

[ 이름 ]

키리 Kiri

 

자신의 것이길 바라는 그리운 이름. 

 

[ 초탐험급 살인마 ] ㅡ 이중재능

 

안개 호수에 괴물이 산대.

거기서 그렇게 많은 포인들이며 포켓몬이 죽어나갔는데, 글쎄... 아무도 몰랐다는 거야.

 

왜 그런지 알아?

다 먹어치워서 그렇대.

남김없이.

 

안개 호수에서 하나둘 누군가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다. 아마, 그래, 2년 전쯤부터의 일. 범인은 고사하고 누가 사라졌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누군가 죽었으리라 추정되는 장소엔 나비의 날개 조각, 새의 깃털 등 신체 일부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호수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퍼져나간다. 이름 없는 살인마에게 현상금이 붙었다. 많은 탐험대가 안개 호수로 향했지만, 돌아온 탐험대는 채 반도 되지 않았다. 한 번은 누가 범인과 맞닥뜨려 겨우 살아나왔다더라. 기억나는 것은 없는데, 하얀색, 눈, 겨울도 아닌데 허공에 흩날리는 눈만이 기억이 난다 그리 말했다.

 

살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그가 지켜봐 온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였으니까. 타고난 조건과 우월한 신체 능력이 그를 정상 아닌 정상으로 이끌어 놓는다. 식사를 그리 즐기진 않지만 이젠 누군가를 삼키는 행위가 몸에 습관적으로 배어 버렸다. 그녀를 되살릴 거야, 그것이 그의 일차적인 목적. 호수 괴물이라는 이름이 되살아났으니, 반쯤은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 인지도 ]

★★★★☆

 

[ 성격 ]

 

그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집착. 이미 애정이라 부를 수 없이 변질된 감정에 따라서만 행동한다. 말투? 행동? 뭐 다를 것이 있을까, 애초부터 성격도 버릇도 어조도 모두 제 것이 아니었다. 죽은 제 연인의 가면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지. 언젠가 드러내 보였던 그의 본래 성격. 차분하고, 상냥하며, 친절했던 시간들 모두 흩어져 버린 지 오래다. 평생 벗지 않을 가면이라면 이젠 그저 그 가면이 그의 성격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 기타 특징 ]

 

발에 생긴 멍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지. 눈밭에서 그녀를 묻어 주었을 때부터 부르트고 터진 멍들.

치료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없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죄에 대한 속죄.

 

그의 연인은 풍경 소리를 좋아했다. 특히, 후유가 만든 풍경의 소리를.

호수엔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 소리가 가득했다.

 

[ 과거사 ]

 

호수 괴물을 알고 있어?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깊은 숲, 큰 호수에, 호수 괴물이 살고 있대.

들어간 사람도, 주변의 포켓몬도 닥치는 대로 먹어 버린다나 봐.

 

 

 

후유는 호수 근처의 외딴곳에서 살아가는, 풍경을 제작하는 집안의 맏딸이었다. 호수에 괴물이 있다더라, 그런 소문이 들 때쯤 찾아간 호수에서 발견한 것은 상처 입은 신뇽 한 마리였다. 씹힌 자국이 심각했고, 그 근방에 흉포한 갸라도스가 살고 있었기에 그의 짓으로 짐작하고 신뇽을 치료해 준다. 그녀에게 키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 아이를 친애했고, 소중히 여겼고, 이내 그 감정이 평범한 애정이 아님을 알았다. 그를 처음 깨달았을 땐 며칠 동안 그녀를 찾아가지 못했다.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언제나처럼 끌어안고 사랑해, 사랑해, 작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날들, 그리고 4년 전의 밤. 바람이 유난히 거셌고, 갸라도스의 울음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호수는 그리 인적이 드문 것치고 봄이면 벚꽃을 머금어 분홍색으로 빛나고, 겨울엔 살얼음 위로 눈이 소복이 내려앉는 유난히 아름다운 호수였다. 그 안에 톱니바퀴라는 것이 있었음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이 멈춰 가는 호수 위엔 피범벅으로 쓰러진 키리와 갸라도스만이 존재했고, 목이 터져라 이름을 외치며 그녀를 구하러 달려갔으나 순식간에 눈앞은 새까매졌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눈을 떴을 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닿는 맨살이 아리게 시렸다. 막 눈을 뜬 녀석의 앞엔 숨이 끊어져 가는 백발의 여자와 파란 남자의 시체 하나뿐. 싸움이라도 벌어졌던 모양인지 제 손에까지 핏물이 번져 있었다. 막 깨어난 머리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낯선 얼굴을 들어 올려 피를 닦아 주었더니, 사랑해, 말하고는 숨을 멈추어 버리더라. 이상하게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익숙했고 저는 알지 못하는 이의 무덤을 눈물 흘리며 만들어 주었더란다.

 

기억이 되돌아온 후에야 알았다. 저와 그리도 닮은 하얀 머리의 여자는 저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의 친우이자 동반자였고, 파란색의 남자는 막 눈을 떠 기억이 없음에도 본능에 따라 달려들어 제 연인을 죽여 놓은 호수의 난폭한 갸라도스였다. 녀석은 떠올린다. 제가 없을 적이면 들려 오던 게걸스러운 뼈를 씹는 소리. 핏물 밴 호수. 호수에 다가오는 것이라면 손가락이나 지느러미 하나 남기지 않고 찢어 죽여 삼켰던 호수 괴물.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사람의 그림자 아래로 익숙한 용의 그림자는, 키리의 것이었다. 키리가 호수 괴물이었다. 괴물을 죽이려 했던 갸라도스는 호수의 용사였다.

 

아주 뒤늦게 진실을 떠올린 후유는, 문득 저의 연인이 아주, 아주, 보고 싶어졌다. 허리를 숙여 호수의 수면을 바라본다. 그 위로 비친 제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제 연인의 모습과 아주 닮아서, 이름을 불러 보기도 한다. 키리, 키리. 마침내 그는 자신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저 스스로 그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말투, 행동, 버릇..., 하나하나 몸에 새기고 난 후엔, 마지막으로, 호수 괴물이 되기로 한다. 사랑하는 그녀와 마지막을 맞기 위해서.

 

 

 

[ 소지품 ]

손가락 한 뼘 정도의 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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